2024년 개봉한 영화 ‘핸섬가이즈’는 보기 드문 B급 감성과 유쾌한 장르 뒤섞기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이라는 개성 강한 배우 두 명이 중심이 되어, 외딴 시골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과 유머 넘치는 상황을 유쾌하면서도 불편하게 풀어낸다. 겉으로 보기엔 코믹한 영화 같지만, 그 안에는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심지어 사회 풍자까지 녹아 있다. ‘핸섬가이즈’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 지평을 여는 도전적인 시도이자, 단순한 웃음 이상의 무언가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이성민과 이희준의 배우의 완벽한 호흡과 장르적 새로운 시도가 영화의 흥행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핸섬가이즈’는 한적한 시골집으로 이사 온 두 남자, 재건(이성민)과 재필(이희준)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그들이 새집에서 꿈꾸던 평화로운 삶이 이상한 사건들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한다. 이웃 주민들의 낯선 행동, 정체불명의 소리, 그리고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은 단순한 코미디 장면 속에 스릴러와 공포의 요소를 녹여낸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관객이 웃고 있는 와중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코미디 영화는 익숙한 웃음 포인트를 반복적으로 제공해 안정감을 주지만, ‘핸섬가이즈’는 그런 안정감을 의도적으로 부순다. 한 장면에서는 배꼽 잡고 웃게 만들다가도, 다음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칠 만큼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처럼 영화는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며 관객을 끌고 가는데 능숙하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나 말장난식 유머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 그 자체에서 오는 부조리함과 캐릭터 간의 어긋남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이성민과 이희준이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겪는 해프닝은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점점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이 때문에 관객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장르적 허구인지 혼란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몰입하게 된다.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장르명을 달고 있지만, 그 내부는 끊임없이 변신하는 장르 실험의 장이다. 초반에는 ‘버디 무비’의 구조를 갖지만 중반부터는 오컬트적 요소가 등장하고, 후반에는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분위기로 치닫는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탄탄한 연기력과 감독의 유려한 연출 덕분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의 완벽한 호흡
‘핸섬가이즈’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야기의 반 이상을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특히 이성민과 이희준은 서로 극명하게 다른 연기 색깔을 지닌 배우로서, 두 사람의 조화는 영화의 중심축을 튼튼하게 지탱한다.
이성민은 그 특유의 ‘생활밀착형’ 연기로 평범한 가장의 모습, 소시민의 불안, 현실에 순응하는 어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는 처음에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사건이 점차 비현실적으로 전개되면서 점점 무너지는 인물의 내면을 강렬한 눈빛과 표정 변화로 표현한다. 특히 그의 절제된 분노, 무력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짜증은 관객이 가장 공감하는 감정으로 작용한다. 이는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전형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희준은 훨씬 더 자유롭고 극적인 캐릭터다. 말투, 행동, 표정 모두가 과장되어 있으며, 종종 상황의 무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장은 캐릭터가 겪는 혼란과 불안을 웃음이라는 방식으로 돌파하는 하나의 전략처럼 작용한다. 이희준은 시종일관 이성민과 대비되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의 무게 중심을 분산시켜 준다. 그 결과 영화는 과하게 무거워지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마치 실제 오랜 친구 사이를 보는 듯하다. 일상의 대화 같은 자연스러운 말씨, 미묘한 타이밍의 시선 교환, 서로의 행동에 반응하는 리듬은 대본 이상의 연기로 느껴진다. 그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때론 충돌하며, 결국 함께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이런 케미는 관객에게 믿음을 주고, 극적인 몰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장르적 새로운 시도
‘핸섬가이즈’는 B급 오컬트 장르의 미학을 코미디에 결합한 몇 안 되는 한국 영화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호러 코미디나 컬트풍 블랙코미디가 국내에서는 흔치 않았던 만큼, 이 영화의 실험성은 돋보인다.
조명, 미장센, 사운드 디자인 역시 이 실험을 뒷받침한다. 촉촉하게 젖은 나무 바닥, 기묘한 도구들이 널려 있는 지하실, 과하게 밝은 마을 회관의 색감 등은 의도적인 ‘과장’이자 장르적 상징화다. 마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장면 연출은 영화의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영화가 더욱 반가운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코미디 영화가 주로 가족 중심, 휴먼 드라마 기반, 혹은 로맨틱 코미디에 치우쳐 있었다는 점이다. ‘핸섬가이즈’는 그 공식을 과감히 깨뜨리고, 더 넓은 장르 스펙트럼으로 나아간다. 관객에게 선택지를 늘려주고,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권하는 역할까지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코미디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웃음 뒤에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다층적인 작품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의 연기는 현실성과 과장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장르를 넘나드는 전개는 관객을 예상치 못한 지점으로 안내한다. 웃음은 기본, 실험적 형식은 덤이며, 그 속에 감춰진 은유와 풍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새로운 한국형 코미디, 전복적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체험하고 싶다면 ‘핸섬가이즈’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