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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과 ‘만비키 가족’ 비교 - 영화 해석, 빈곤, 메시지

by ykegirl 2025. 5. 15.

한국 영화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어느 가족)’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졌지만, 사회의 빈곤과 가족의 본질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두 영화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의 삶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계급 구조와 인간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본 글에서는 ‘기생충’과 ‘만비키 가족’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가족상을 그려내고, 빈곤을 표현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투영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영화 <기생충> 과 <만비키 가족> 에 대한 해석: 구성원의 의미와 유대

‘기생충’과 ‘만비키 가족’ 모두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넘어서,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작품입니다. ‘기생충’에서는 부모와 자녀, 남매라는 전형적인 가족 구성이 등장하지만, 그 유대는 경제적 목적에 기반한 생존 동맹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부유한 박 사장 가족에게 기생하며 계급 사다리를 오르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합니다. 즉, 가족이라는 틀은 안정적인 감정적 기반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기능합니다. 반면 ‘만비키 가족’에서는 혈연이 아닌 이질적인 인물들이 모여 ‘가족’을 이룹니다. 소매치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은 법적 가족이 아니며, 서로의 과거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돌보고 지지하며 살아갑니다. ‘기생충’이 가족을 통해 계급 상승을 꾀하는 사회 구조의 모순을 비판했다면, ‘만비키 가족’은 제도 밖에서도 가능했던 가족애를 통해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두 영화 모두 ‘가족’이라는 개념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빈곤의 묘사: 현실과 상징의 균형

‘기생충’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메타포를 통해 빈곤을 묘사합니다. 반지하 주택, 하수구 역류, 비 내리는 날의 대홍수 등은 가난한 삶의 실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계급적 단절과 차별을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특히 냄새를 매개로 한 묘사는 계층 간 보이지 않는 벽을 더욱 실감 나게 드러냅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계급과 빈곤의 문제를 인식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만비키 가족’은 좀 더 현실적이고 정적인 방식으로 빈곤을 그립니다. 일본의 비좁은 주거공간, 저임금 노동, 복지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빈곤이 얼마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담담히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상징을 강조하기보다는, 천천히 쌓이는 일상의 단편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빈곤’을 포착합니다. 이처럼 ‘기생충’은 상징과 대비로, ‘만비키 가족’은 일상의 축적으로 빈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영화 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강하게 조명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시선과 메시지: 제도와 인간의 간극

두 영화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계급 이동의 불가능성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박 사장 가족의 무심함과 기택 가족의 절박함은 단순한 빈부격차 이상의 문제, 즉 ‘공존할 수 없는 두 세계’를 드러냅니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폭력성과 비극은 단순한 감정적 파국이 아니라, 제도적 모순이 낳은 사회의 붕괴로 읽히기도 합니다. 반면 ‘만비키 가족’은 제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삶을 통해, 법과 도덕의 경계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들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법적인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진실한 유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들이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제도적 기준이 인간성의 본질을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의문을 던집니다. 관객은 어느새 이들의 편에 서서, 사회가 낙인찍은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기생충’이 구조를 통한 비판이라면, ‘만비키 가족’은 인물 중심의 서정을 통해 제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전자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충격을 주며, 후자는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합니다. 이런 차이는 감독의 시선과 문화적 배경에서도 기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관객에게 “당신이 믿는 정의와 가족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합니다.

‘기생충’과 ‘만비키 가족’은 가족과 빈곤,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상징과 대비로 현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를 드러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잔잔한 시선으로 일본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비췄습니다. 두 영화 모두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사유를 안겨주는 작품으로, 동아시아 영화의 사회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두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감상해 보며 각자의 메시지를 곱씹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